2018ㅡ02ㅡ17


이 사람 참 좋은데. 빙허 현진권.

빙허. 빈 허에 빙. 기대는겨. 빙은 기댈 의지할 인데. 해서 증빙. 신빙성. 할때만 쓰이는 단어야. 빙의 할때도 겨우 쓰고.

자기는 기댈바엔 빈것에 기대고 의지하겠다는거지.

자넨 조선의 톨스토이 되라 나는 조선의 괴테가 될테니. 따위 소리 들으면 지랄하네 넌 니가 되라 하는 사람 현진건.


아마 이 땅바닥 통틀어 최고의 글질쟁이 라고 짐은 말을 하고파. 이 땅바닥엔 평론가가 읎어.

글이 참 솔직해. 일제때 글들이 그나마 제일 나아. 지금 글들은 쓰레기도 보통 쓰레기가 아냐. 한글러들 말글 듣보지 마라 정신병 걸려 찌질 구질한 인간 만 양산해.

저 시대에 나온 글이 역시 구질 구질할 수밖에 없어. 헌데 현진건의 글엔 먼가 탁 터지는 슬픔이 있어 거기에 웃음도 묻어나.

글들이 막막 살아있어. 아 이 사람 글 참 좋아.

기가 살아있어. 가식이 없어.

b사감과 러브레터. 는 여고생 기숙사의 연애편지 거르는 노처녀 사감 이야기. 저 시대에 저런 여유가 드물어. 헌데 정작 자기 막내 딸엔 소설도 못읽게 했대. 딸 둘 다 일찍 죽었어.

빈처. 술권하는 사회. 둘 다 1921년. 개벽. 일월 십일월 발표. 결국 자기 이야기야. 일본 사소설풍.

중졸하고 1916에 결혼. 만 16세. 경주 부호의 딸 이순득. 두살 연상. 다음해 고교 중퇴 후 일본유학. 1919에 최종 들어와. 삼년을 일본 두번 상해 한번 유학해.

신학문 접하면서 조혼한게 짜증나. 마눌 싫어해. 헌데 나중보니 마눌이 마음이 따뜻 순수 한걸 알고 너무 좋아하게 돼. 그걸 바탕으로 쓴거야 21세에.

집안은 잘살았어. 부인도 잘살았어. 헌데 본인 돈벌이는 못해. 손벌리기도 못해. 존심.

부인은 배운게 없어. 서방님은 외국물 졸 먹었어. 문학하는 분이래. 언젠간 성공하실껴.

빈처. 에선 육년전에 쓴이 16 부인 18에 결혼 지금 22. 24세.

술 에선 중졸하고 결혼한지 칠팔년 되었대.

술을 왜 먹으시나. 유학 하고 집에도 잘 없고. 결혼 한지 칠팔년이지만 부끄럼 여전. 할매가 술취한 남편 부축하믄것도 은근 시샘하는 부인. 문 연사이 들어완나 이불 봉긋 확인하니 아니완네 아직도 아니완네.

홧증에 먹고 하이칼라가 권해서 먹는거죠. 하니. 먹으면 다 잊는것을 취할라고. 모을 취. 그래서 먹어. 조선 사회가 술을 권하는겨. 하니. 사회란 것이 무엇이관데 내 남편에게 술을 권하누. 사회라는 놈이니 것이니 걸리믄 크을나 빈처에게.

술권하는 사회는 그 구슬픈 상황이 너무 웃겨. 여기에 무슨 비꼼도 없어.

빈처. 의 역시 같은 저 술 의 부인이. 사랑스럽기 그지 없어. 그래도 술 권하는 사회가 업그레이드 된 명작이야. 이건 이 땅바닥 소설에서 다섯안에 넣어야 해.

운수좋은 날. 은 저거 후에 삼년지나 나와.

현진건은 부인 이순득에 무척 애틋했대. 글 쓰면 먼저 보여줬대. 아 정말 저 소설들 속의 빈처는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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