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출근9시30분퇴근6시



일과를 마친 늦은 저녁
듬성히 켜진 식당 간판

여전히 그 자리에서 신문을 보는 거지
덩그러니 그 앞에 놓여진 동전 바구니

내 호주머니에는 지폐 두장 만 천원
천원짜리를 그의 바구니에 올려놓았다

힘내라며 그에게 말을 건내보지만
고마움은 그에겐 눈빛에서도 없다


.

(15년만에 돌아온닉. 이 정신들고 쓴 시)




저 시, 너무 좋지 않나? 출퇴근 일상, 유재하의 어느 노래말에 있었던데 기억에, 의미없는 듯한 일상.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그런 의식에만 같인 일상을 접고, 퇴근하다가, 간판 불빛은 듬성 듬성, 켜져있다. 거지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나 보다. 신문을 보는 가 보다 볼 때마다. 거지인데 신문을 봐, 앞에는 바구니가 있고, 돈 달라고. 역설. 거지주제에. 그냥 무의식의 소리로, 크로마뇽인이 돈을 던지라고 해. 아마 한번도 안해봤을 듯. 천원짜릴 넣고, 말을 햇어 힘내라고. ㅋㅋㅋ 저 구문이 너무 웃겼어. 거지에게 힘을내라고 말을 하다니. ㅋㅋㅋ. 저 순수함이 난 너무 좋아. 저분은 정말 우러나오는 크로마뇽인의 말을 전한 것인지, 아니면 의식에서, 배워온 가르침의 말인지 한번 당사자는 고민을 하길 바라고 싶지만. 하튼 그래서, 당연히 거지는, 이게 먼 개소리냐? 하민서리 처다봤을거야. 고마움은 그에겐 눈빛에서도, 눈빛에서도 란 저 에서도 라는 조사. 그 퉁명스런 눈코입모양 안색에서는 안보여도, 설마 눈 안의 빛에서는 있을 줄 알았단거걸랑 그 고마움의 감정이. 헌데 그 눈빛에서도 없었다.

아무런 덧댐없이 말야, 아무런 의식의 수정질 없이, 그냥 그대로 나오는 소리를 글자화한 저 추상인듯 아닌 듯한 저 詩. 내가 본 올해의 시 중에서 최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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