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거보다 더 누렇고 꼬리는 털이 더 적은데

고딩때 오미이가 저녁에 개 한마리를 델꼬와

먼 개가 따라와?

가게에 걍 들어오더라 밥달라고. 밥줘도 안가고 계속 계단에 죽치고 있능겨. 여까지 따라왔네.

흠 그랴? 이름을 지어주자. 빡빡이. 넌 이제부터 빡빡이다.


그때부터야 빡빡이.

야간학습 끝나고 집에 드갈때. 빡빡아~ 하믄 막막 달려와.

헌데 오마이 올때는. 씨바 갑자기 막막 뛰나가. 골목입구에 오는걸 어찌 아는지. 오육분 후엔 오마이랑 같이 들어오더만. 발소리가 들리나 그 구불구불 골목 밖의.

걍 풀어놓고 키웠걸랑. 들어온 갠데. 놀다가 또 갈 곳 있으믄 가라고.

집도 안 지어줬어. 걍 내 방 밑 바로 처마밑에서. 신발들 옆에 쭈그리고 자.

한번은 밖에 있는데. 저 사차선 길 건너에 빡빡이가 보이는겨.

빡빡아~

하니깐. 날 보곤. 차 도로를 좌우로 고개돌려 확인하고 막막 달려오더만.

밖에서 보니 방갑더라. 어디가냐. 허니 몇번 꼬리 흔들고 지 갈길 가능겨. 오마이한테 밥먹으러 가는건가.

그러고보니 매일 들어오는겨. 아예 제집인양. 처마밑에서 쭈구려 자.

그러다 어느날. 막 먼가를 계속 물어뜯어. 오마이가 그걸 보더니 내헌테

빡빡이 나무 쪼가리 던져 줘라. 이갈이 하는가부다.

정말 나무던져 주니 그걸로 잘 놀더만

오마이가 옆채 방에 드가면. 꼭 오마이 신발을 물고 갖고와. 오마이가 저거 이상한놈 왜 저집만 가면 내신발 물고가냐


헌데 이게 가만 보니. 언제부턴가 밤에 안보이는겨. 그러다 새벽녘에 마당 물 벌컥벌컥 먹는소리가 들려.

아침에 눈떠 보면 맨날 디비 자고있어

이게 씨바 맨날 밤에 동네 개들 오입질하고 다니는지 온종일 밤엔 밖에 싸다니고. 새벽에 들어와서 쿨쿨 자는거지.


철제문을 잠갔는데 대체 어디로 나가는겨

하루는 그 드나드는걸 봔는데. 나갈때는 그 철문 밑 바닥에 뜬 틈으로 얼굴을 쑤셔넣더니 나가고

들어올때는 이게 앞발로 문을 툭 치고 밀면서 들어와

은근 기분 나쁘대. 해서 밤에 말야

그 바닥 문틈을 막았어. 벽돌들이 있었걸랑. 얘가. 내가 머하나 볼라고 내 옆에 앉는겨. 고개를 갸우뚱 하민사리.

벽돌을 밑에 짝 깔고. 그 위로 막 올려 쌓았어.

나가봐라.


이게 슬그머니 일어나더만. 벽돌들을 위에서 부터 툭툭 쳐대는겨.


열불나대.


승질이 나서리. 긴 나무 막대를 바닥에 대고 못을 박고 망치질을 했어. 흐뭇하더라고.

나가보셔.

얘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안움직이는거지.


아 기뻐서리 내 방에 들어갔어

헌데. 그때부터. 늑대울음소리가 들리는겨 씨바.

을메나 우는지. 도저히 시꾸루와서 안되게떠라.



나가라 나가.

다시 다 뜯어 버렸어.



고 앞에 얕은 등성이 있는데 풀 있는. 얜 가끔 보문 거서 풀을 뜯어 먹는듯.

똥 오줌도 어디서 처리하는지. 흔적도 없고 싼것도 못봤어.

참 졸라 혼자 싸돌아 다닌 놈인데

하루는 아침일찍 일어나서리. 자전거를 타고. 빡빡아 가자! 했걸랑. 동트기 직전 새벽인데.

뛰는거 좋아하던 놈이라. 찻길을 사람없을때 신나게 뛰어보게할라고. 내가 무지 밟았걸랑.

처음엔 막 신나서 따라 오더니. 언제부턴가 헥헥대는겨. 안오대.

몰라. 나먼저 간다.


한참 후에 들어오더만. 핵헥 대면서 혀 다 내밀고. 물 처먹더니. 나는 본척도 안하고. 디비 자는겨.

그때부턴가. 얘가 날 쌩까더라고.



복날시즌이라 거시기해서 목줄을 맸어. 아 헌데 당췌. 묶여있는건 질색인듯. 걍 목걸이만 했는데.

주말인가. 나가기전에 개줄 걸어야겠다라고. 요즘 개장수가 돌아댕긴데.

그리곤. 당구장에서 죽치고 있언는데. 응 고딩때 250놓고 쳤어.

아 헌데 밖에 소나기가 퍼붓는겨.


아차. 빡빡이.

개줄 고리를 마당 수도관에 걸어놨걸랑. 거 비피할곳도 없는데


걍 시바 존나 뛰고 문 쳐들어가미.

빡빡아!


하니 얘가 수돗가 옆서 앉은체 앞발 꼿꼿이 하며 날 보는데. 비 쫄딱 맞은체로.

아 졸아 미안터라. 한데 개 목걸일 보니 이미 너덜너덜. 그걸 어드래 입으로 물어뜯었는지 아직도 미스테린데. 하튼간.


그때부터일껴. 나를 더 쌩 까기 시작한건.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하루 지나도 안보여. 이틀만에 들어오기도 하더라고.

그래도 꼬박꼬박 들어와선 밥 처먹고 처마밑에서 잘 잤는데.


그땐. 이틀이 지나도 안보이는겨.

사흘이 지나도 안보이고.

오마이가 밖을보더니. 이노믜 쉑 이번에 들어오면 묶어놔이지.


그 이후로 못 봤어.



사람은 그리운 이 없는데.

가끔 생각나.


빡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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